제조장비·부품 국산화에 반도체 강국의 미래를 걸어라!

제조장비·부품 국산화에
반도체 강국의 미래를 걸어라!

 최근 산업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및 TFT LCD 수출 1위인 우리나라 무역수지 역조의 가장 큰 이유가 반도체 관련 수입 때문으로 지적됐다. 이는 물론 수입 반도체가 대부분 세트에 채택돼 재수출되는 자본재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악성'으로 볼 성격은 아니지만 세트 관련 비메모리 반도체 국산화의 시급성을 일깨워주는 가늠자이기도 하다. 국내 반도체 산업이 진정한 세계 1위가 되기 위해 시급한 부품 국산화와 기술인력양성 문제, 세계적 경쟁 기업 육성 등에 대해서 짚어본다.

글 | 최정선 기자

국내 반도체 산업을 거론할 때 최고의 화두는 장비 및 부품의 국산화다. 이는 지난 1982년 국내 반도체산업이 일관생산 체제를 갖춘 이후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온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해말 반도체산업협회는 올해 국내 반도체 장비시장이 전년의 19억달러(약 2조2천8백억원) 대비 39.3% 성장한 26억5천만 달러(약 3조1천8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규모를 가진 장비시장에서 국내 장비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1.2%에서 올해 9.7%로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산업이 일관공정을 시작한 이후 20년도 채 지나지 않아 DRAM에서는 세계 1위에 올라섰지만 관련 장비산업은 국내에서조차 시장의 10%를 확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전체 반도체 장비 중 75% 이상 차지하는 전공정(웨이퍼 프로세스) 장비는 국산화율이 6.7%에 그치고 있고 조립용 장비는 30%, 검사용 장비는 15%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장비·부품의 국산화가 최대관건

국산화된 장비조차도 실제 부분품의 80∼90% 이상이 외국산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TFT-LCD나 PDP의 장비 국산화율은 반도체 장비보다도 훨씬 떨어진다. 이는 곧 대일 무역수지 역조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장비산업이 소자산업에 비해 성장이 더딘 이유는 우선 관련업체들의 영세성과 더불어 기술적 격차가 너무 크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반도체장비기술교육센터장인 김광선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장비산업이 이처럼 고전하는 이유는 관련업체들의 영세성과 기술격차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영세하기 때문에 기술투자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이로 인해 기술적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는 분석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장비 및 부품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 교수는 “전체 장비시장의 10%에도 못미치는 조립장비 대신 75% 이상을 차지하는 CVD, 노광장치, 에처와 같은 전공정 장비의 국산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2단계 사업이 시작된 시스템IC2010 프로젝트의 장비국산화 계획부분과 산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재단이 전담하고 있는 부품소재기술개발사업은 그 의미가 크다. 특히 ‘2단계 부품·소재 로드맵’ 부분에서 전자장비 분야가 늦게나마 추가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은 눈여겨 볼 사항이다. 또한 이를 추진함에 있어서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제품의 국산화에 나설 것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최고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첨단 장비·부품 개발사업은 상용화를 위한 투자 기간과 투자 회수기간이 길어 개별기업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고 수요기업과 개발기업 그리고 정부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에 정부 주도로 지난해부터 진행되고 있는 반도체장비 부분품 국산화사업은 처음부터 소자·장비·부품업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도록 기획됐다. 이 사업은 공통 부품 국산화의 필요성을 환기시키면서 대·중소기업 간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을 기본 목표로 삼고 있다.

대·중소기업 장비재료 육성 수급펀드 사업 또한 소자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장비·재료를 제시하면 이를 장비·재료업체들이 적극 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은 최근 소자·장비·부품업체들이 포괄적인 협력약정을 교환하면서 대·중소기업 간 협업기반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반도체 장비업체들도 정부나 소자업체들에게만 기댈 것이 아니라 동종업체들간 적극적인 M&A 등을 통해 힘을 집중시킴으로써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기술인력 양성이 1위의 조건

DRAM 시장에서 한국기업들이 세계 최고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삼성전자가 하루가 멀다하고 세계 최초, 최대라는 수식어를 단 기술을 쏟아내고 있고 최근 회생한 하이닉스 반도체도 그 뒤를 이어 기술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82년 DRAM 사업에 뛰어들어 10년만인 92년 DRAM 세계 1위 자리를 일본에서 빼앗은 이후 10여년간 한국 DRAM 산업은 세계 최강의 지위를 유지해 왔다. 또한 TFT-LCD는 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가 전세계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며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 뒤를 이어 PDP 부문도 앞서가는 일본 업체들을 바짝 뒤쫓으면서 1∼2년 내에 일본을 따라잡을 태세다.

정부는 2010년 세계 산업 4강에 돌입하자는 계획에 따라 2010년 반도체 수출 4백50억 달러, 반도체 세계 3위(점유율 15%), 메모리 1위(35%), 세계 파운드리 2위(점유율 10%) 등의 거창한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첨단 전자산업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정부의 바람대로 향후에도 선두권에 머물 지는 의문이다. 자신만만했던 일본이 이 분야의 1위 자리를 한국에 빼앗겼고 대만도 이런 사례를 거울삼아 한국을 바짝 뒤쫓아오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큰 위협세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 1위의 지위를 지속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이를 진행할 인력양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력 부족과 함께 기술인력의 해외유출 등으로 인해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나마 삼성전자 등은 일류기업이라는 강점 때문에 우수인력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실정이지만 여타 기업들의 경우 기존 인력들의 유출 현상 및 인력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최근 대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도체 기업의 상당수 기술인력이 국내의 경쟁기업 뿐만 아니라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대만이나 말레이시아ㆍ중국 등의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김 교수는 “절대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원하는 인력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며, “장치산업의 성격이 강한 반도체 산업에서 수시로 필요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기술인프라를 바탕으로 하는 전문인력의 양성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한다. 이런 인력부족 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공계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면서 이공계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산업자원부나 정보통신부, 교육인적자원부 등을 중심으로 이공계 인력 육성 및 첨단 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하루 빨리 사회 전반에 걸쳐 기술인력에 대한 처우개선과 함께 첨단산업 분야의 인력 육성을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국내 경쟁체제 구축

 하이닉스 반도체의 회생은 반도체 장비업체들에게 있어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이들이 하이닉스의 회생을 바라는 이유는 단순히 판로의 확대라는 의미를 넘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이 선의의 경쟁구도를 갖추어야 장기적인 발전가능성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거래소시장 시가총액의 2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반도체는 물론, 휴대폰ㆍ가전ㆍ디스플레이ㆍ통신장비 등 대부분의 사업부문이 세계 수위를 달리고 있고 그 결과 삼성전자로 인해 생계를 유지하는 기업들이 상당수다. 하지만 국내 전자산업이 지나치게 삼성전자 한 기업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국가산업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들은 가격협상과 판로라는 측면에서의 다양성이 사라지면서 삼성전자에 납품하지 못하면 사실상 장사를 못하게 되는 상황이다. 또 장비업체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장비를 개발했다 하더라도 삼성전자에만 납품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못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이들이 마이크론이나 인피니온 등 삼성전자의 경쟁자들에게 장비를 납품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마이크론 등은 필수불가결한 경우가 아니면 삼성전자에 장비를 납품하는 한국의 장비업체 물건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LG전자ㆍ삼성SDIㆍLG필립스LCD 등이 PDP나 TFT-LCD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TFT-LCD 부문에서, 삼성SDI와 LG전자가 PDP 부문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관련 장비업체들의 숨통을 터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세계 1위를 향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 국가산업은 이들의 경쟁 속에 발전할 수 있다. 협력업체들도 부담을 줄이고 기술개발에 적극 나설 수 있는 토대를 갖게 된다. TFT-LCD나 PDP 부문의 이같은 경쟁에 이어 반도체 부문에서도 이런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는 게 관련 장비ㆍ부품·소재 업체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이는 또한 국내 반도체 산업이 균형 발전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올해 전세계 반도체 장비 투자 규모는 전년에 비해 6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반도체 업계 전반에 걸쳐 자본투자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도 최근 반도체 장비투자를 비롯해 전체 반도체 투자규모가 전년 대비 54%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웨이퍼 가공 장비 수익은 72% 가까이 증가하고, 반도체 패키징 및 조립 부문에 대한 수익도 약 49%, 자동화 장비 테스트 부문도 52% 가량 수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2005년도에 반도체 사이클이 하강국면에 접어들어 200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나 반도체 장비관련 투자는 큰 폭의 하향세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 장비산업 분야는 향후 꾸준한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와 더불어 국산화 기술개발 및  기술인프라 확충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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