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공정 전환으로 반도체 장비산업 비중 확대
3D가 끌어주고 미세화가 밀어주는 ‘반도체 장비 Big Cycle’
국내 소자업체 2014년 최대 설비투자비 집행 계획
우리나라는 반도체 시장 점유율 15.8%를 달성하며 세계 2위의 자리에 올랐다. 본격적으로 반도체 시장 진입에 나선지 30년만의 쾌거다. 하지만 다른 산업에 비해 기술의 발전과 모델 체인지가 빠른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한계에 부딪힌 ‘공정 미세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업계가 협업체제를 구축해 공동연구를 시행하는 ‘합종연횡’이 필요하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미세공정이라는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현황을 집중조명 해본다.
글 | 이동화 기자(dhlee@motioncontrol.co.kr)
2007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치킨게임은 키몬다의 파산과 마이크론의 엘피다 인수로 마무리됐다. 특히 20여개 이상의 제조사가 난립하며 과잉경쟁 양상을 보이던 DRAM 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3사가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는 과점체제로 굳혀졌다. 반도체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기술의 발전이 빠르고 모델 체인지가 빠른 분야다. 특히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소자 업체의 설비투자가 늘어나면 견인 국면을 보이다가 소자 업체가 투자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신제품을 선보일 시기에는 수주 잔고 급감으로 인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다. 결국 메모리 업체들은 치열한 경쟁을 거쳐 소수만 살아남았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가 새로운 기술 개발을 한시도 게을리 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올해 반도체 시장을 뒤흔들 최대 이슈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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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업계에서는 반도체 제조 장치 수요를 크게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는 핀펫(FinFET), 3D 낸드(3D NAND), 실리콘관통전극(TSV : Through Silicon Via)의 3D화에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일본 언론에서는 최근 “파운드리 및 메모리 반도체 메이커가 FinFET 도입을 시작하고 있으며, 한국 대기업은 3D 낸드 양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TSV는 기세가 꺾인 듯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4개 대기업이 소량 양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① 핀펫
소비전력 저감, 게이트 격차 억제에 효과가 높은 핀펫은 프로세스 난도가 매우 높다. 이 때문에 특수가 기대되고 있다. 3D 입체 구조로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생산하는 핀펫 기술을 적용하면 이전의 평면 구조 대비 필요한 전압은 절반으로 줄고 누설 전류량도 훨씬 감소한다.
② 3D 낸드
3D 낸드는 기존의 플래시 메모리에 비해 아직 비용이 높은 게 사실이다. 관련업계에서는 한국의 대기업이 제품수율과 생산성을 얼마나 향상시킬 수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으며, 올해 양산이 개시되면 상당한 장치 수요가 기대된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발표한 리포트를 통해 “향후 반도체 장비는 3D 낸드가 투자의 핵심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삼성전자가 공정 미세화의 한계를 3D 낸드로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SK하이닉스도 16나노미터(nm) 공정 전환과 함께 3Ds 낸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는 사실을 꼽았다. 이에 따라 3D 낸드 본격 전환기에는 식각 공정과 증착 공정의 비중이 증가할 것이며 관련 장비 업체들의 수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③ 실리콘관통전극
TSV 기술이 적용된 D램 메모리큐브는 소량 양산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 TSV는 웨이퍼를 한번 더 가공해야하므로 원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아직까지는 비용 효율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도체 미세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업계는 의견을 모았고 지난 2011년 말 삼성전자가 TSV 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D램 ‘하이브리드메모리큐브(HMC)’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분위기는 일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차세대 메모리가 D램, 낸드플래시 등 기존 메모리의 역할을 대체하면서 지금까지의 가격체계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 미세화 기술 어디까지 왔나?
현재 반도체 업계가 직면한 기술 과제이자 공통의 과제는 역시 ‘공정 미세화’라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미세화 움직임이 둔화 경향을 보인다는 인식을 보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미세화 문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반도체의 성능 향상은 일정한 공간에 메모리 셀(소자)을 얼마나 촘촘하게 많이 채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문제는 집적기술이 나노 단위로 작아지면서 더 이상 셀을 촘촘히 채울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반도체 미세화는 기술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2014년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로드맵 세미나’에서 삼성·LG·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은 ‘기술 초일류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반도체 업계가 투자·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해 미세공정 진화에 따른 설비·소재의 외산 의존 경향에서 탈피하겠다고 의지를 다진 것이다. 지난해 8월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신기술을 발표했다. 세계 최초로 3차원(3D) 수직구조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3D V낸드)를 개발한 것이다. 이 기술은 기존 반도체 제조·공정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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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V낸드는 평면(2D)에 메모리 셀을 채우는 방식이 아니라 수직으로 쌓아서 집적도를 높인 기술로서, 삼성전자는 업계 최대 용량인 128Gb 메모리반도체 양산에 성공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기술로 개발할 수 있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최고 용량은 128Gb의 8배에 달하는 1테라비트(Tb)다. 3D V낸드는 반도체 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에 생산장비 입고를 마치고 시험가동에 들어갔다. 올 상반기 중 이곳에서 3D V낸드 출하가 시작되면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도시바-샌디스크 공동개발팀, 마이크로-인텔 공동개발팀도 3D 낸드 양산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제조사와 재료업체간의 협력 필요
최첨단 미세화 기술을 도입할 때는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업계에서는 “모든 기술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업계의 생태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계의 협업 체제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12월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IEDM(International Electronic Device Meeting) 2013’에서 열린 공개토론 회장에서 반도체 연구자들은 “최첨단 반도체칩 제조 개발시 협업체제를 구축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의 단편화가 진행되면서 각각의 기업이 병행적으로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통의 기술 과제를 해결하려면 협업체제 구축을 통한 공동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2014년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로드맵 세미나’에서 최태현 산업부 소재부품정책관도 “세계 2위인 우리 반도체 산업과 세계 1위인 디스플레이 산업이 지금의 주도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단순한 공동 R&D 차원을 넘어 미래 기술개발 전략까지 공유해 함께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한 ‘SK하이닉스의 미래기술전략’이라는 주제로 반도체 공정 미세화에 따른 기술적 이슈와 한계 극복방안을 설명한 SK하이닉스의 전윤석 상무는 STT-MRAM, PCRAM, ReRAM와 같은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기술개발 전략을 제시했다. 지난 2월 11일부터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코리아 2014’ 기자간담회에 강연자로 나온 이석희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장 역시 “지금 메모리반도체 공정은 10나노(반도체 회로의 선폭)와 20나노의 경계선에 서 있다.
앞으로 10나노 이하 메모리를 개발할 수 있느냐가 반도체 회사의 중요과제가 될 것”이라며 “기존 메모리 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메모리 개발을 위해 정부와 산업계, 그리고 학계가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가 기술적 한계를 맞아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TSV나 3D 낸드플래시의 경우 기존 반도체 공정에서 쓰이던 재료와 다른 재료를 쓰는 것은 아니지만, 차세대 메모리는 새로운 재료가 필요하기에 앞으로 반도체 제조사와 재료업체간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데니 맥거크(Denny McGuirk)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CEO는 이날 간담회에서 “올해 세계 반도체 산업 성장률은 한 자릿수 중후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EMI 관계자는 올해 한국에서 140억달러의 반도체 관련 투자가 예상되며, 향후 반도체 업계가 고심하고 있는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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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공격적 설비투자 단행
반도체 제조사들이 미세공정 전환에 나서면서 관련 장비·소자업체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HMC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소자업체는 다운사이클(Downcycle)을 마치고 2014년, 2015년에 각각 14.1%, 13.8%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시기에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달성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자 업체들은 적층 반도체 기술 개발과 함께 10nm 초반까지 공정 미세화를 진행하면서 투자를 지속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전방 플레이어(Player)의 압축으로 반도체 경기 순환(Silicon Cycle)의 주기와 진폭이 안정화되면서 반도체 장비산업 역시 변동성을 줄이면서 꾸준한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2014년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규모는 총 401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소자업체의 설비투자액은 172억 달러로 산업 전체 설비투자액의 27.6%에 해당된다. 특히 소자업체의 설비투자는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국내 장비산업을 견인해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행보가 주목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반도체 장비 투자 계획이 하반기에 집중된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상반기에 침체를 겪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의 전공정 반도체라인 시생산에 돌입, 최첨단 10나노급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예정이다. 총 70억 달러를 투자할 시안 낸드라인 가동은 빠르면 4월, 늦어도 올 상반기 중에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하반기에는 경기도 화성의 17라인에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공장 증설에 1조 8천억원을 투자한다. 신설 투자계획은 아직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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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증권 이선태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3분기 화재가 발생한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공장 복구로 올 2분기에는 일시적으로 공급 과잉이 나타날 수 있지만 연간으로 봤을 때는 공급부족이 계속될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호황은 2015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장비 업계도 글로벌 장비 업계처럼 소자업체와 힘의 균형을 맞추고, 중복된 R&D 비용을 절감하고, 실적변동을 줄이기 위해 인수합병(M&A)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업체간의 M&A는, 예를 들어 소자업체가 토털솔루션으로 장비를 제공할 수 있게 해 경쟁업체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소니는 전세계 가전제품, 특히 TV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그 누구도 소니의 독주를 꺾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고, 관련 업계는 소니 따라잡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핵심부품인 디스플레이 패널 자체생산에 실패하면서 가격경쟁력에서 뒤떨어졌고, 패널 생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며 가격과 품질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삼성과 LG에 1위 자리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반도체 시장의 경우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4배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하는 등 시장을 확대하고 시장경쟁력을 키워야할 때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위주의 사업을 펼쳐온 SK하이닉스의 박성욱 사장이 ‘세미콘 코리아 2014’에서 “시스템 반도체 시장 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처럼 말이다. 변함없는 1위는 없다. 1위 탈환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R&D를 통한 기술력 향상과 핵심소재·부품 분야의 외산 의존 경향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국산화를 이뤄내야 경쟁력이 생기며, 일괄생산공정을 구축해야 원가를 줄이고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반도체 장비 분야의 국산화율은 20%를 간신히 넘은 수준이며, 반도체 소재 분야는 약 48%에 그치고 있다.







